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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부림 (리뷰)

[리뷰] 시절인연 - 내게 와 닿았던 모든 것들에 대하여

by 진저씨 2022. 9. 12.

오늘은 어찌하다 영화 시절인연을 감상하게 된 평을 작성하려고 합니다. 시절인연은 불교 용어로 모든 인연에는 오고가는 시기가 있다는 뜻이라고 해요.

개봉 : 2014.01.01
장르 : 로맨스/멜로
국가 : 중국, 홍콩


시절인연이라는 말은 알고 있었지만, 굳이 찾지 않던 저에게 갑자기 오늘 한 블로그 이웃 분이 올린 이찬원의 <시절인연>이라는 노래 가사가 돌연 눈에 들어오는 거에요.

뭐야.. 이노래.. 트로트면서 왜 이리 좋아.. 하면서 시절인연이라는 의미에 대해서 또 한번 곱씹던 찰나에 제가 좋아하는 탕웨이가 출연한 시절인연이라는 영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홍콩영화를 볼 때면 으레 그랬듯이 방의 조도를 낮추고, 먹다 남은 꼬냑을 한 잔 따르고 시절인연 영화를 감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영화를 보게된 건 오롯이 제목때문이에요.

사실 영화의 내용은 유치합니다. 허황되어 보이기까지 한 극적인 설정에 투닥거리던 주인공들이 난데없이 사랑에 빠지죠. 만난 기간, 나이, 혼인여부, 자녀까지. 제가 보기엔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서로 도무지 사랑에 빠질만한 상황들이 아닌데도 서로에게 빠져들고 맙니다.

돌이켜보면 이토록 별게 없는게 사랑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나 싶기도 해요.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야..? 싶은 와중에도 서로에게 끌리고, 지극히 위하고 또 대책없이 웃음짓게 만드는 둘만의 기억들을 만들어 가는 것. 맞아요. 빙글한 미소, 자꾸 보면 귀엽다는 글씨, 정성들여 쌌지만 터진 김밥. 누군가를 좋아한 이유를 막상 꼽으라면 이런 사소한 부분들인 것 같아요.

그러나, 헤어짐은 또 어찌할 수 없는 것이겠죠. 변하는 많은 것들 가운데 슬프지만 상황이, 마음이 포함될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할테고요. 극중에서도 결국 헤어지는 인연도 있듯이, 어쨌든 한 때 나에게 닿았던 인연은 무언가를 남기고 떠나겠죠. 시절인연의 관점에서 보면 마음이 아프지만 인연이 다함일까요.
이 영화는 다시 만남 역시도 이야기해요. 나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살다보면 언젠가 만날 인연은 다시 만나게 된다는.

최근 이런 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터질 것 같았어요. 말하지도 못할 생각과 묻지도 못할 질문들이 머리를 꽉꽉 차고 들어앉기도 했었죠. 그러나 이 유치한 영화가 조금은 마음에 여유를 주는 것 같기도 하네요.

어차피 모든 것은 마음처럼 되지는 않는다는 저명한 진리와, 만남이 예고 없이 찾아왔듯이 헤어짐도 예고 없이 있을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해요.
하지만 난 앞으로 더 좋아질테니, 내 인생의 모든 시절인연이 준 소중한 경험과 즐거웠던 순간을 간직하며 삶을 열심히 살면 되겠죠. 지나간 모든 인연에 고마워하고 더 성숙할 미래를 위해 고개 숙이게 되는 밤이네요. 오늘 참 별것들로부터 위로를 받습니다.
다음에는 북오브러브라는 영화를 보려고 합니다.

시절인연 / 법상스님
사람과의 만남도, 일과의 만남도
소유물과의 만남도, 깨달음과의 만남도,
유형 무형의 일체 모든 만남은
모두 때가 있는 법이다


아무리 만나고 싶어도
시절인연이 무르익지 않으면
지천에 두고도 못 만날 수 있고,
아무리 만나기 싫다고 발버둥을 쳐도
시절의 때를 만나면 기어코 만날 수 밖에 없다


모든 마주침은
다 제 인연의 때가 있는 법이다
그 인연의 흐름을 거스르려 아무리 애를 써도
그것은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우주적인 질서다


만날 사람은 꼭 다시 만나게 된다
다만 아직 인연이 성숙하지 않았을 뿐
만나야 할 일도
만나야 할 깨달음도
인연이 성숙되면 만나게 된다


시절 인연이 되어 만남을 이룰 때
그 때 더 성숙된 모습이 될 수 있도록
다만 자신을 가꾸라


사실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인연은
내 밖의 상대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것일 뿐이다


모든 만남은
내 안의 나와의 마주침이다


아무리 싫어하는 사람도
그 사람과의 만남은
내 안의 바로 그 싫은 부분을 만나는 것이며
아무리 이기적인 사람을 만나도
내 안의 이기의 일부분이 상대로써 투영되는 것일 뿐이다

그러기에 내가 만나는 모든 인연은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것은 내 안의 놓치고 있던 나를 만나는
숭고한 '나를 깨닫는 일'이기 때문이다

모든 만남은
우리에게 삶의 성숙과 진화를 가져온다
다만 그 만남에 담긴 의미를 올바로 보지 못하는 자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는 인연일 뿐이지만
그 메시지를 볼 수 있고 소중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이에게 모든 만남은 영적인 성숙의 과정이요
나아가 내 안의 나를 찾는 깨달음의 과정이기도 하다

아직 존재의 본질에 어두워
만남 속에 담긴 의미를 찾지 못할지라도
그 만남을 온 존재로써 소중히 받아들일 수는 있다


그래서 내 내면이 성숙하면 만남도 성숙하지만
내 내면이 미숙하면 만남도 미숙할 수 밖에 없다
미숙한 사람에게 만남은 울림이 없고 향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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